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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질문하기: 한국의 ‘캐밍’(벗방) 시장은 어떻게 성장했을까?

‘캐밍’과 ‘벗방’[1]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함께 다양한 행위자들이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온라인 공간에 접속할 수 있는 인프라스트럭처가 구축되면서 온라인 공간은 개개인의 일상 전반을 변화시켰다. 성적 욕망과 거래의 영역 역시 디지털 기술을 매개하여 확장 및 변화해왔는데, Sanders et al.(2018)은 이러한 성적 거래의 다양한 양태를 “인터넷-기반 성 노동(internet-based sex work)”으로 범주화하고 성적 서비스를 홍보하거나 매개하기 위해 인터넷을 사용하는 경우는 직접적인(direct) 성 노동으로, 온라인 또는 가상의 환경에서 발생하는 성적 활동을 간접적인(indirect) 성 노동으로 구별하기를 제안한바 있다(Sanders et al., 2018: 15). 영어로는 웹캐밍(webcamming) 또는 캐밍(camming)이라 불리는 이와 같은 성적 노동은 신체적 접촉 없이 디지털 기기를 매개로 성적인 서비스가 거래되는, 간접적인 성노동의 대표적인 형태로, 이들을 매개하는 플랫폼은 새롭게 등장한 성적 거래의 장으로 여겨진다(Jones, 2020: 3; Henry&Farvid, 2017: 119).

한국에서 벗방은 ‘아름다운’ 외형을 지닌 여성 BJ가 시청자와 소통하며 춤을 추고 노래를 하거나 성적인 행동을 하는 ‘여캠’(여성이 진행하는 캐밍)의 한 종류이지만, 여캠의 다른 방송들보다 강도 높은 노출과 적나라한 성적 퍼포먼스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Lee, 2021:1). 또한 하나의 영상에 하나의 내러티브가 중심이 되는 일반적인 포르노그래피와 달리 벗방은 스트리밍 사이트를 경유하고 실시간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성적 퍼포먼스가 조율되고, 시청자가 집단적으로 방송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포르노그래피와도 구별된다. 이렇게 기존 스트리밍 방송 및 포르노그래피와 내용적인 면이나 구체적인 양상에서 다른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캐밍은 새로운 성적 거래로서 주목받아왔지만, 한국의 학계에서는 중요한 연구대상의 자리를 획득하지 못했다. 실제로 벗방에 대한 한국어로 된 연구는 전무하고, 영어권에서 벗방을 다룬 연구물은 단 하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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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성인인증 없이 벗방을 주로 송출하는 플랫폼에 접속했을 때 볼 수 있는 화면. 한국의 벗방은 성인인증을 요구하고, 성인인증을 하더라도 썸네일에 심한 노출이 드러나지 않는다. 이는 한국의 ‘음란성’에 대한 규제를 위반하지 않기 위함이다 (필자 직접 캡처).

벗방 시장을 맥락화하기

시장을 사회연결망의 일종으로 간주하며 시장의 안정성과 통합성에 비판적으로 접근한 신경제사회학, 그리고 시장의 구성 및 작동을 가능하게 하는 정치적·제도적 맥락과 사회 권력 및 규칙을 강조한 역사·제도주의적 접근은 시장을 선험적인 무언가가 아닌, 사회문화적인 구성물로 사유할 장소를 마련한다(전경모·이승철, 2023). 그렇다면 한국사회의 벗방 시장은 어떤 정치적·제도적 맥락 속에서 창출되었을까? ‘캐밍’은 전세계적으로 이루어지는 노동이고 이를 통해 수익을 얻는 시장은 한국에 국한되지 않지만, 일반적인 ‘캐밍’과 한국 남성이 주된 시청자이고 한국적 맥락 위에서 출현한 ‘벗방’ 시장은 그 자체로 특수한 성격을 띨 것이다.

우선 벗방 시장이 위치한 한국 성시장 전반의 역사적 맥락을 간단히 살펴보자. 사실 성매매를 비롯해 직접적으로 성적 서비스를 거래하는 한국 성시장은 약 30조원으로 추산될 정도로 꽤나 놀라운 규모를 자랑한다. 성매매가 불법인 한국의 상황에서 많은 성적 거래가 비공식 경제에 속해있으리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일제 식민지 시기 공창제를 거쳐 한국전쟁에서 UN군과 국군을 위한 위안소를 설치하고, 외화를 획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생관광’을 적극적으로 양성하고 올림픽 등의 국제경기를 치르며 유흥업소의 범위를 확대해 온 한국의 역사 속에서 성적 거래는 공식과 비공식경제를 넘나들고 합법과 불법적인 영역을 두루 활용하며 형형색색의 양상을 자랑한다(박정미, 2011).

한국의 직접적인 성거래가 불법적 영역뿐 아니라 합법적인 영역에서도 자신의 시장성을 획득하며 성장한 것과 달리, 성재현물의 거래는 불법적인 유통에 밀려 독자적인 시장을 형성하지 못했다. 공식적인 포르노그래피 시장의 성장 대신 일본에서 수입된 성인비디오와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비동의 촬영물의 제작 및 유포가 성재현물 거래의 다수를 차지해 왔다. 대표적으로 웹사이트 ‘소라넷’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16년까지 성재현물을 향유하는 참여자들의 직접적인 금전 거래 없이 비동의 촬영물의 제작을 촉진하고 전파하는 핵심적인 장으로 기능했다. ‘소라넷’운영자는 수백억 원대의 수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는 직접적인 거래가 아닌 광고 수익이었다. 2018년 페미니스트 운동을 중심으로 공론화된 ‘웹하트 카르텔’ 사건 역시 비동의 촬영물의 유통과 삭제를 통해 수익을 얻었고 이런 흐름 속에서 개인의 동의에 기반한 성적 노동이나 공식적인 시장의 형성은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벗방은 여타 합법적인 성재현물 시장이 불법적인 비동의 촬영물 유포에 밀려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하지 못했던 과거와 달리, 많은 참여자를 동원하여 상당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2] 그렇다면 한국에서 벗방 시장은 어떻게 오랜 시간 지속된 비동의 촬영물 유통의 지배력을 끊어내고 합법적인 비대면적 성적 거래의 장으로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할 수 있었을까?

디지털 성폭력과 벗방 시장

한국의 벗방 시장은 디지털 성폭력과의 관계 속에서 출현했다는 점에서 독특한 성격을 지닌다. 한국에서 디지털 성범죄는 도박이나 포르노그래피 유통, 암호 화폐 등을 활용한 수익 창출 구조와 긴밀하게 연관된 채 이루어져왔다. 벗방 시장이 대대적으로 확장되던 시점은 2015년 ‘소라넷’, 2018년 웹하드 업체 ‘웹디스크’에 이어 2020년 텔레그램 N번방[3] 을 통한 불법촬영물 제작 및 유포가 사회적으로 공론화되던 시기와 맞물린다. 예를 들어, ‘웹디스크’는 2019년부터 성인방송 송출로 수익 구조를 변경했고(닷페이스, 2022) 2018년 가장 많은 비동의 촬영물을 유통한 웹하드 기업인 ‘기프트엠’의 운영진들 역시 성인방송 송출로 발걸음을 옮겼다(참세상, 2020).

디지털 성범죄의 공론화, 무엇보다도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일으킨 거대한 사회적 파장 속에서 몇몇 연구자들은 디지털 성폭력과 수익을 창출하는 시장의 결합에 주목한 바 있다. 김소라는 “디지털 성폭력은 이미지를 통해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특정 이미지로 고착시키고, 남성들이 교환하는 여성의 범위를 대폭 확장함으로써 이 같은 ‘여성-거래’를 현대화하고 있다”(김소라, 2020: 372)고 지적하며 이를 “디지털 자본주의와 성폭력 산업”(김소라, 2020: 372)의 연결 속에서 분석한다. 이는 성폭력이 단순히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개인에 대한 폭력의 개념을 넘어 한국에서 거래 가능한 상품성을 창출하는 과정으로 전환된 맥락을 설명해준다.

그러나 이와 같은 분석은 디지털 성폭력을 중심에 두고 이에 따른 부수적인 효과로 온라인 성시장의 등장을 위치시킴으로써 온라인 성시장이 디지털 성폭력과 자신을 차별화해온 전략, 온라인 성시장 고유의 성격을 구체적으로 다루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김소라, 2020; 김정혜 외, 2021). 지금까지의 연구에서는 상품화될 수 없는 것의 교환과 상품화될 수 있는 것의 교환 사이를 경계 짓는 과정이 어떻게 전자를 괴물화하는 동시에 후자를 정상화하며 불법과 합법의 기준을 재구성하면서도 강화하는지에 대한 심화된 질문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불법적인 영역과 합법적인 시장이 서로를 배경삼아 구성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긴장과 협력, 연속과 단절의 관계를 질문할 필요가 있다.

‘시장’이라는 블랙박스를 열기

그리고 나는 관계적인 작동 방식, 즉 양자 간을 구별하는 동시에 엮어내는 벗방 시장의 구체적인 장치들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데 과학기술학(STS)적으로 경제 현상을 탐구하는 접근이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김병수, 2017). 앞선 신경제사회학 및 역사·제도주의적 접근시장이 시장을 사회구조에 ‘배태된 것’으로 보는 반면, 깔롱은 시장을 이질적인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들의 연결망 속에서 끊임없는 수행을 통해 형성되는 복수의 집합체 즉 아장스망(agencement)의 한 종류로 위치시킬 것을 주장한 바 있다(Callon, 2007). 이때 시장을 구성하는 데 연루된 기술, 계량 시스템, 담론, 서사를 비롯한 기술적·개념적 ‘시장장치’에 대한 강조는 디지털 기술을 매개로 한 벗방의 실질적인 형성과 작동 방식을 분석의 대상으로 부상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Çalışkan&Callon, 2010).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캐밍’과 관련된 선행연구들이 집중한 주제들-모델의 노동 양상(Jones, 2016)이나 모델의 성적 노동을 규율하는 플랫폼의 내부 규약(Stegeman, 2021) 및 알고리즘 시스템(Doorn&Velthuis, 2017)-은 캐밍 시장의 인간-비인간 행위자의 종류와 그들의 구체적인 수행과 역동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Doorn&Velthuis(2017)는 Chaturbate의 캐밍을 분석하며 깔롱과 무니에사의 시장장치 개념을 중심으로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조장하는 경쟁적인 환경과 이를 협상하고 조율하는 모델들의 실천을 분석하기도 했다.

합법과 불법, 노동과 폭력, 착취와 수탈, 공식과 비공식 등 우리 사회에 익숙한 이분법적 구별 짓기의 경계면들은 실제로 둘 사이를 분리하기 보다는 접합시키며 경계는 언제나 유동적이고 불안정하다. 그 유동성과 불안정성을 드러내는 데 새로운 합법적 시장으로서 벗방 시장에 주목하고 이것이 어떻게 불법적인 영역과의 구별을 통해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는지, 그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은 어떻게 활용되고 작동하는지, 그리고 동시에 둘 사이를 가로지르며 수익성을 담보하는지를 질문하는 것은 꽤나 좋은 접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동적이고 불안정한 관계성을 탐구하는 과정에 성적이고 경제적인 다양한 성시장의 형성과 작동 방식, 그리고 이것이 사회를 반영하는 동시에 변형하는 역동적인 과정으로 시장을 질문하는 것, 이는 또한 동시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허락한 젠더·섹슈얼리티 행위의 범주가 변화하는 방식과 그 논리를 질문하고 이를 실제로 실천하는 양상을 탐색하는 과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각주

[1] 여기에서 사용하는 ‘벗방’은 한국어 ‘벗는 방송’의 축약어로 영어권에서는 보통 웹캐밍(webcamming) 또는 캐밍(camming)이라고 불린다. 한국에서는 스트리밍 방송을 칭할 때 주된 콘텐츠를 표현하는 단어와 ‘방송’이라는 한국어를 조합하는 경향이 있는데, 예를 들어 ‘먹방’은 ‘먹다’라는 동사에 ‘방송’이라는 단어를 조합해 축약한 것이고, ‘음방’은 ‘음악’이라는 명사에 ‘방송’을 붙인 것이다. 이런 식의 방법을 사용해 캐밍은 한국에서 ‘벗방’, 즉 ‘벗다’라는 동사와 연결되어 불린다. 여기에서는 한국식 캐밍 시장의 특수한 성격에 주목하기 때문에 한국 이외 지역에서의 ‘캐밍’과 구분하여 한국의 ‘캐밍’은 ‘벗방’으로, ‘모델’은 한국에서 모델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BJ(Broadcasting Jockey)로 지칭할 것이다.

[2] 스트리밍 시장에 대한 한국의 공식적인 통계는 주로 한국 스트리밍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플랫폼인 아프리카TV와 트위치를 중심으로 조사되었으며, 트위치가 한국에서 철수한 뒤에는 막대한 자본력을 지닌 치지직이 새로운 시장 주체로 등장하여 아프리카 TV와 치지직을 주로 다룬다. 그 외에 군소 플랫폼에 대한 통계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벗방을 주로 송출하는 대표적인 플랫폼을 운영하는 더블미디어의 2022년 연매출이 600억 원이라는 사실은 벗방 시장의 규모가 상당함을 추정하게 한다.   

[3]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은 한국 수사기관의 접근이 어렵다고 알려진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비동의 촬영물의 제작과 유포가 대량으로 이루어지고, 그 과정에서 암호 화폐를 사용한 거래가 이루어진 성범죄 사건이다. 피해자는 여성, 채팅방 참여자는 남성으로 성별화된 성범죄였으며 채팅방을 만들고 운영한 운영자들은 성인과 비성인 여성의 취약점을 빌미로 성적 영상 촬영, 자해, 성매매를 강요했고 피해자 숫자는 70여명에 이상으로 추정된다. 비동의 촬영물 제작과 유포를 위한 채팅방을 연달아 만들고 이에 ‘1번방’, ‘2번방’ 등 숫자를 붙여가며 증식했기 때문에 ‘N번방’이라고 불린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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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rn, Niels van. &Velthuis, Olav. 2018. “A Good Hustle: The Moral Economy of Market Competition in Adult Webcam Modeling.” Journal of Cultural Economy 11 (3): 177-192.

Henry, Madeline.V&Farvid, Panteá. 2017. “‘Always Hot, Always Live’: Computer-Mediated Sex Work in the Era of ‘Camming’.” Women’s Studies Journal 31 (2): 113–28.

Jones, Angela. 2016. “”I get paid to have orgasms”: Adult Webcam Models’ Negotiation of Pleasure and Danger.” Signs: Journal of Women in Culture and Society 42(1): 227–256.

________. 2020. Camming: Money, Power, and Pleasure in the Sex Work Industry. NYU Press.

Lee, Min Joo. 2021. “Webcam Modelling in Korea: Censorship, Pornography, and Eroticism.” Porn Studies 8(4): 485-498.

Sanders, Teela., Scoular, Jane., Campbell, Rosie., Pitcher, Jane. & Cunningham, Stewart. 2018. Internet Sex Work: Beyond the Gaze. Palgrave Macmillan.

Stegeman, Hanne Marleen. 2021. “Regulating and Representing Camming: Strict Limits on Acceptable Content on Webcam Sex Platforms.” New Media & Society: 146144482110591.

Çalışkan, Koray & Callon, Michel. 2010. “Economization, Part 2: A Research Programme for the Study of Markets.” Economy and Society 39(1): 1-32.

김병수, 2017, “과학기술학(STS)이 경제현상을 바라보는 방식”, 과학기술학연구, 17(2), 8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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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혜·김애라·박보람·홍남희·정수연. 2021.『기술매개 성폭력 대응을 위한 법제 정비 방안』. 서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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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자료

닷페이스, 2022.04.29.. “‘벗도록’ 유인하는 거대한 산업, 뒤에 숨겨진 ‘협업’,  4월 29일, https://dotface.kr/contents/webhard-platform (2023.09.27.접속)

참세상, 2020.05.18., “성착취 위에 선 벗방의 전성기”, https://archive.md/lo8AW (2023.09.27.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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