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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자리 이야기

글: 페이 위안, UC Irvine 박사과정생
번역: 김해서, UC Irvine 박사과정생

잠자리 이야기는 어른들이 밤에 아이들을 재울 때 들려주는 동화 이야기들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하는 일로써, 동화를 들려주는 일은 사랑과 믿음이 깃든 일이다. 동화들은 아이들이 잠드는 것을 도와주며, 잘 자, 내일은 또 새로운 하루 일거야 라는 희망을 준다.

이 글에서는 다른 장르의 잠자리 이야기, 내가 “침대자리 이야기” 라고 부르는 현상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침대자리 이야기는 말기환자를 위한 호스피스에서 피어나는 이야기들이다. 침대자리 이야기는 살아있는 세상과 떠나 갈 세상사이에 벌어지며, 우리가 이 두 세상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준다.

2023년에 중국의 요양원에서 참여관찰을 할 때, 요양원 침대는 의사, 간호사, 요양원에 계신 환자분들, 그리고 가족분들에게 종종 언급되었다. 호스피스에서의 침대는 항상 부족하다. 대기리스트가 길고, 침대를 받기 전에 세상을 떠나시는 환자분들도 종종 계신다.

호스피스에서 침대를 배정 받게 되면, 환자분들은 보통 6개월정도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낸다. 그분들은 대부분의 남은 시간을 침대위에서 보낸다. 침대의 사이즈는 90*200 센티미터 정도. 침대는 단순한 가구가 아니라, 환자분들의 생활이 이루어지는 생활공간이 된다 – 씻고, 옷을 입고, 큰일을 보고, 이야기하고, 웃고, 우는 모든 일상이 이곳에서 일어난다. 이 공간에서는 밤과 낮이 한데 어우러진다. 호스피스 내의 시간은 혼돈과 고요 사이에서 시간의 흐름을 흐트러뜨린다.

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환자분들은 침대위에서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그들의 어린 시절, 어디서 일을 하셨는지, 그분들이 가본 강, 사막 등에 대한 이야기, 그들의 자식과 부모에 대한 이야기, 겪어온 트라우마나 힘든 시간을 보낸 이야기들을 하신다. 그들은 그들의 꿈들과 환각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신다.

의학적 시각에서는, 환각은 암말기환자에서는 흔한 의학적 현상이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좁아지고 불확실 해진다. 의료진과 환자들의 가족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배워 나간다.

어떤 환자분은 병실 창문 위에 앉아있는 거대하고 긴 초록색 새를 생생히 묘사하셨다. “저기 새를 봐! 안보이니?” 그녀가 말했지만 침대 옆에 앉아있던 환자분의 며느리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보는 것은 죽음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려준다. 호스피스 의료진은 가족들이 이런 경험을 받아들이도록 부드럽게 도와준다. 그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녀가 새를 보았다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아요. 무서워 하시지만 않으신다 면요.” 그녀의 며느리가 “그녀는 평화로워 보였어요” 고 이야기하자 호스피스 의료진은 “그렇다면 괜찮아요. 그녀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 주시기만 하면 돼요” 고 대답했다.

초록색 새를 보신 환자분은 힘든 세월을 보내오셨다.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것이 무엇이냐고 여쭤보자, 자신의 자식들에게 서예를 가르친 일이라고 하셨다. 예비교사로서 겪은 차별에도 불구하고, 교육에서 의미를 찾고 힘을 얻으셨다고 했다. 그녀의 침대에서, 그녀는 호스피스 의료진에게 중국어 “好”를 서예로 쓰는 방법을 가르치셨다. “好” 는 “좋다” 라는 뜻으로, 혼잡한 정치사회 변화를 경험하시고 가족사에서도 비극을 겪으신 그녀가 다음 생에서는 더 좋은 곳으로 가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겨있는 글자였다.

이 그림에서는 침대자리 이야기의 초월적인 특징을 전달하고 싶다. 기억, 환각, 그리고 이루지 못한 꿈들은 인생의 마지막 순간들에 침대에서 이야기된다. 침대에 갇혀 있더라도,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마지막 순간들을 살고 계신 환자분들의 이야기를 그림을 통해서 전달하고자 한다.

Digital sketch of a giant green bird described by a hospice patient

호스피스 침대에 누워 있는 노인 환자가 자신의 방 창문에 있는 거대한 녹색 새를 봅니다. 스케치는 작가가 그린 것입니다.

가족들과 의료진은 환자분들의 환각을 부드럽게 받아들인다. 환자들을 돌보는 돌봄의 예절은 만질 수 있는 것과 만질 수 없는 초월적인 것을 아울러 어루만지며, 경험주의적 시각에서는 들을 수 없는 속상임을 들리게 한다.

다음 그림은 혼수상태에 있는 환자를 위한 명상시간을 담은 그림이다. 상담사는 환자분의 손을 두손으로 꼭 잡고 있다. 침대 주변은 고요하고, 환자분의 숨소리와 꾸준히 울리는 심장 모니터 소리만 들려온다.

환자분의 두 딸은 침대 옆에 있다. 상담사는 환자분이 모든 것을 알아들을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 상담과 명상을 진행하신다. 그녀는 환자분이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식들을 키운 것에 대한 찬사로서 명상을 시작한다. 그리고 환자분의 어린시절 경험에서부터 눈 내리는 겨울이 녹아내려 강으로 바다로 가듯이 환자분의 삶에 대한 이미지를 그려 내기 시작한다. 상담사의 말속에서 별빛과 달빛은 물속에 녹아 들고 눈도 녹아 들어 자연의 주기를 마친다.

Digital sketch of a meditation session for a hospice patient in deep coma

깊은 혼수상태에 빠진 호스피스 환자를 위한 명상 세션. 가족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스케치는 작가가 그린 것입니다.

명상을 듣고 있는 딸들의 눈에는 눈물이 맺힌다. 갑자기 환자분의 심박수가 올라가기 시작하고, 환자분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봐 내가 말했지! 엄마는 우리가 하는 거 다 듣고있었어!” 딸이 말한다.

명상이 이어지는 동안, 환자분의 아들이 의료 청구서를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아들은 명상 내내 커튼 옆에 그림자처럼 서있었다. 딸들이 나중에 이야기 하기를, 아들은 엄마와의 관계가 그리 좋지 만은 않았다고 한다.

이 환자는 과연 이 명상을 다 듣고 있는 것일까? 이 질문은 의료진이 대답하지 못한다. 의료진은 “의학적 팩트” 와 가족들의 희망 사이에서 일한다. 가족들은 환자분들에게 제대로 된 작별인사를 하고 싶어하지만, 편안한 꿈에서 저 세상으로 떠나기를 바라기도 한다.

호스피스의 침대는 이루지 못한 소망들과 하지 못한 말들이 가득하다. 내가 그린 그림들은 상상과 환상이 가득한 이 순간들을 담았다. 이곳에서 침대자리 이야기가 시작되고, 그것은 언어나 이성으로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This post was curated by Multimodal Contributing Editors Prerna Srigyan and Hae-Seo Kim. This post was translated by Hae-Seo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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